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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로드 : 육아의 길

누군가의 애비가 된다는 것

by RespectedB 2021.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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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Your Father

누군가의 애비가 된다는 것은 쉬운 줄 알았다. 뭔가 인체의 엄청난 메커니즘을 통해서 애기가 생기면 호르몬이 반응해서 부성애가 뿜 뿜 생기고 갑자기 책임감 넘치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게 되는 그런 사람으로 변모하는 줄 알았다.

내가 니 애비다. 그리고 난 이렇게 강력하지!

 

스포일러 하자면 그런거 없다.

마치 30살이 되면 막 인생의 쓴맛이 갑자기 몰려올 거라고 생각했던 29살의 12월 31일 그때 그 시절 마냥. 오토매틱 하게 부성애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다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갑자기 방에 가둬놓고 다크소울 같은 어려운 게임을 막 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무수히 두들겨 맞아야 된다.

다만 내가 느낀바는, 대장장이가 쇳덩이를 내려칠수록 강해지듯 부성애 또한 그런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성애는 내가 안겪어봐서 모르지만 10달 동안 같이 지냈으니 없을 수가 없지 않을까? 아내에게 물어보면 '이런 크고 움직이는 게 내속에 들어있었다니~~' 하며 신기하고 사랑스럽게 보긴 한다.

 

 

보면 볼수록 이뻐지긴 하다

처음에 아기가 나왔다고 했을때, 그리고 처음 보았을 때의 감정은 솔직히 말하면 그냥 놀라움이었다. 혹 어떤 체험담(?) 등을 보면 감격해서 눈물이 펑펑 나왔다고 하는데... 

 

물론 나도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 것이었고, 나도 몰랐던 내안의 부성애가 샘솟아 눈으로 넘쳐흐르면 자연스럽게 촬영을 하려고 했었다. 허나 그런 건 없었고 INTP 성향을 폭발시키듯 그저 관찰 놀라움의 연속이긴 하였다.

 

커다랗고 빨개!!

'아니 저 큰게 뱃속에 있었다고?'

'아니 저 조그만게 움직이네?!'

'아니 이놈이 나의 생물학적 자식인가!!'

 

등등의 그때 말했으면, 아내의 서운함이 서릿발처럼 꽂혔을 만한 감상평들이 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우리는 병원부터 산후조리원까지 될 수 있으면 가능한 모든 시간을 모자동실을 하였다. 특히 병원에서의 모자동실이 매우 힘들었는데 이는 수술 후 누워있는 와이프의 수발까지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니 거 원래 이 기간은 애기를 맡겨 놓고 쉬는 기간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모자동실 때문에 부성애와 아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추천을 하는 바이다. 만약 모자동실 과정들을 겪지 않고 지금처럼 집으로 왔으면 아직도 저 녀석과 데면데면한 사이였을 텐데 말이다.

 

아니 데면데면 보다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멘붕상태에서 음의 피드백이 계속 더해져 있었던 정마저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에 뉴스에 종종 나오는 끔찍한 아동학대들은 이런 상태에서 시작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쪼그만한게 할건 다한다.

같이 밤새고 새벽에 2시간마다 분유 타 와서 잠이 덜 깬 상태로 먹이고, 어떻게 하면 트림이 잘 나올까 하며 이렇게 매어 보고 저렇게 눕혀보고, 자다가도 끄응~ 소리만 나면 미어캣 마냥 몸을 벌떡 일으키는 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비로소 이 녀석과의 전우애를 넘은 부성애의 단계가 생겨나는 것이다.

 

물론 뭐 집에 와서도 해도 어쨌든 생기겠지만, 내 집에 와서도 바로 안정된 심신으로 아기를 마주하고 보육할 수 있다는 게 나 스스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참 좋은 경험이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물론 우리가 유별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다 잘 자랄 텐데, 처음부터 유난 떠느냐. 고작 1개월 봐놓고 무슨 자랑질이냐 라고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리원에서 담금질을 많이 하고 시작한 지금은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트림하는 조그마한 요 녀석이 매우 귀여울 따름이다. 이렇게 부성애 스타팅을 부스트 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둘째도 이렇게 했으면 한다.

 

지극히 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자의 관점에서 처음 내 새끼를 품에 안은 나의 본심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간 있었던 교육이나 조리원에서의 교육 등은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기록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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